강남 노래방: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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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래방: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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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 강남 거리에 발을 내디디면, 도시는 마치 꿈결 같은 분위기로 당신을 감싸 안습니다. 형광등 간판들이 층층이 쌓여 저마다 다른 즐거움을 홍보하고, 복잡한 미로 같은 골목길 어딘가, 간판 없는 입구나 좁은 계단 너머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모니터와 마이크 강남가라오케 , 수많은 지친 몸을 받아주었을 소파, 그리고 노트북보다 더 두꺼운 노래 책자가 놓여 있습니다. 거창하거나 특별한 곳은 아닙니다. 그저 노래방일 뿐이죠. 하지만 강남에서 노래방은 커피나 수다만큼이나 필수적인 일상의 일부입니다.

제가 이곳을 처음 경험한 건 서울에서의 셋째 날 밤이었습니다. 함께 있던 친구가 저녁 식사만 하고 집에 가는 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거든요. 그건 불완전한 밤이라면서요. 우리는 노래를 불러야만 했습니다. 저는 노래를 못 한다고, 한국 노래는 하나도 모른다고, 또 쑥스럽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친구는 제 말을 일축해 버렸습니다. 친구는 세제 냄새와 튀긴 닭 냄새가 섞인 계단을 오르고 복잡한 통로를 지나, 작은 창고만 한 크기의 방 문을 열었습니다. 모니터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마이크도 준비되어 있었죠. 그래서 저는 내키지 않는 마음을 뒤로하고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첫 곡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저는 영어로 된 노래, 그것도 잊고 싶었던 시절의 팝송을 골랐는데, 음을 하나하나 다 놓치며 엉터리로 불렀으니까요. 화면에 뜬 점수는 51점이었고, 그 옆에는 “열정이 넘치네요”라는 평이 적혀 있었습니다. 친구는 그 결과에 너무 크게 웃은 나머지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습니다. 그러고는 마이크를 잡고 한국 발라드를 불렀는데, 그 목소리는 자연스럽고 매끄러우며 감정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이것이 단순히 노래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 불완전함이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공간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후 두 시간 동안 우리는 닥치는 대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듀엣도 하고 독창도 했으며,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언어로 된 노래도 불렀습니다. 친구가 한 소절씩 가르쳐준 동요를 부르며 후렴구에서는 함께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목이 터져라 소리 질러야 하는 신나는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목이 쉬도록 고함을 쳤습니다. 슬픈 노래를 부를 때는 곡의 분위기에 맞춰 서로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화면에 뜨는 점수는 오르락내리락하며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했지만, 한 시간이 지난 뒤부터는 더 이상 점수를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순간을 함께한다는 것만이 전부였습니다.

그날 밤 제가 깨달은 것은 강남에서의 노래방 시간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연습’이자, 으레 갖추어야 할 방어 기제 없이 서로 함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조심스러운 예의와 절제된 태도가 일상을 지배하는 이곳에서, 노래방은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는 탈출구와 같은 곳입니다. 그곳은 마음껏 소리 지르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해도 되며, 노래에 심취해 고함을 쳐도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칸막이는 얇아서 다른 방에서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런 사실이 오히려 묘한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이곳에 있으면 세상과 단절된 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층마다, 그리고 노래마다 활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설 자체는 아주 소박합니다. 화면 화질은 고해상도가 아니고, 음향 장비도 그저 ‘쓸 만한’ 수준입니다. 마이크는 낡고 약간 끈적거리기까지 하죠.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이곳에서 나누는 경험 그 자체입니다. 방에 들어갑니다. 노래를 고릅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실패하기도 합니다. 다시 시도합니다. 함께 웃습니다. 옆 사람에게 마이크를 건넵니다. 상대방이 노래할 때 귀를 기울입니다. 그저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의 노래를 듣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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